애니메이션 전문 OTT 플랫폼 라프텔이 최근 오리지널 작품 <붉은여우>를 공개했다. 그간 주로 BL 장르를 선보였던 라프텔의 첫 성인 대상 로맨스물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붉은여우는 국내 애니메이션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라프텔의 실험적 도전으로 평가받는다. <슈퍼 시크릿>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워보겠다는 ‘덕후’ 박종원 대표의 일념 때문이다.
창업 당시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어디에서 발견했나?
초기에는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을 별점으로 평가한 걸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용자들이 처음엔 재밌어하는데 재방문율은 떨어지더라. 그래서 그들이 뭘 보고 싶어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그때도 케이블이나 IPTV에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지만, 불법 유통하는 애니메이션을 합법적으로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뾰족한 부분에서 시작해 가능성을 넓혀 가지 않던가. 파이가 좀 작아도 애니메이션 전문 OTT라면 경쟁력이 있으리라 봤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룬 성과와 과제는?
VOD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7년 후반이다. 이듬해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보고 전자책 플랫폼 리디에서 인수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가장 큰 성과라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언제든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거다. 그 전에는 불법 파일을 내려받아 보거나 시간에 맞춰 여기저기 채널을 옮겨 가며 봐야 했다. 시청자들이 남긴 의견들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에게 안식을 주고 기쁨을 준 것이 뿌듯하고 큰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당당하게 자기 취향을 즐기고 전파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 변화에 라프텔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파이를 더 키울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다. 싼값에 많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이를 어떻게 잘 이뤄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수많은 OTT 중에서도 왜 라프텔을 봐야 하는지 이유를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라프텔이란 플랫폼에서 OSMU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 나선 배경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2020년에 슈퍼 시크릿이란 작품을 처음 공개했다.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부터 다음은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지려면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하다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러면 다른 OTT처럼 자체 콘텐츠를 보유해야겠더라. 당시에는 지금보다 쓸 수 있는 돈이 적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일본처럼 대작을 만들긴 어려우니 젊은 창작자, 새로운 스튜디오에 도전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하면서 시장을 키우는 방안을 찾았다.
작품을 만들면서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
시리즈를 포함해 20여 편 정도 만들었다. 전문 제작사가 아니어서 모든 게 도전의 연속이었다. 자체 제작 프로세스를 개선해 보고 협업해 가며 많은 걸 배웠다. 작품을 처음 내놨을 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슈를 끌었지만 정작 반응은 저조했다. 아무래도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그들의 눈높이에 안 맞았던 것 같다. 결국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콘텐츠가 중요하더라. 특히 유통의 관점으로만 접근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는데 IP 사업이란 게 그저 영상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작 선별 기준이 있나?
사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니 앞으로 커질 수 있는 IP인지를 따져보게 된다. 원작이 흥미로워야 OSMU도 활성화될 수 있다. 커머스 사업을 전개했을 때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가, 괜찮은 굿즈가 나올 만한 작품인가 등을 살펴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큰 작품을 찾는다. 한정적인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모을 수 있는 IP,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서사와 작화를 갖춘 웹툰들 위주로 살핀다. 2024년에 공개한 호랑이 들어와요가 좋은 예다. 저예산으로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인데 잘됐다. 또 감독이나 협업사가 어떤 장르를 잘 그릴지도 고려한다. 정답은 없다. 우리로선 다양한 각도로 IP 파워를 검증해 보는 게 최선이다.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도 구상 중인가?
아직은 이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준비하고 있다. 자체 IP를 갖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 다만 지금은 웹툰 독자를 애니메이션으로 끌어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1년에 2∼3편씩 공개하려고 한다.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부가 사업도 펼쳐보겠다. 우리 미션은 덕후를 널리 이롭게 하자는 거다. 앞으로 VOD 서비스를 넘어 IP 사업 전반에 진출할 생각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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