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몰입해서 본 작품을 꼽으라면 카툰네트워크에서 방영한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에요. 유머 코드나 아트워크 스타일이 나와 잘 맞아서 내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줬죠. 블랙코미디가 좋아요. 웃음과 함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맛이 짜릿하거든요.” 박유선 감독은 재미 사냥꾼이다. 사람도, 이야기도, 웃기고 재밌는 걸 찾는다. 다만 박 감독이 전하는 코미디에는 부조리한 현실에 날리는 냉소가 깔려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뭔가 부족함을 느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했다. 애니메이션 강의에 관심이 많았다. 들어가기 전에 한예종 졸업 작품전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작품을 볼 때마다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애니메이션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언제였나?
캐릭터 그리는 걸 즐겼고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웃는 게 좋았다. 남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기보다 내가 직접 그리고 만드는 것을 추구했다.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한 건 매우 자연스러웠다.
<분노의개구리>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인간이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가 되살아나 인간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속담에서처럼 개구리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과거 상처 받은 말이 깊숙이 남아 그때도 지금도 아리고, 앞으로도 그 말에 상처받을 테니 절대 기죽지 말고 받은 만큼 되돌려 주리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하고 싶었다.
<블라인드니스>도 소개해달라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건데 한 소녀가 미디어에 잠식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자유로웠던 먹선은 매혹적인 향기에 이끌려 모니터가 있는 방에 들어간다. 그 방에는 먹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는 매혹적인 여자가 있는데 먹선은 완벽한 그녀, 즉 모니터에 닿으려 애쓰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허상과 프레임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작품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
뭔가 깊은 인상을 받은 날이나 꿈을 꾸면 꼭 일기를 쓴다. 문득 떠오르는 소재는 메모해두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걸 잘한다. 아무 주제나 놓고 공상하기도 하는데 그럴때 하나씩 떠오르는 게 있다. 좋아하는 산책을 하다가 얘깃거리가 생각나기도 한다. 치밀하게 뭔가를 기획하는 건 아니고 순간의 기억이나 감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그림이나 형상이 매력적으로 구현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첫 작품을 내놓고 나서 집에 와 혼자 울었다. 1년 동안 고생해 완성한 결과물이 나오니 너무 기쁜 나머지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이제는 사람들의 반응이 더 중요해졌다. 그들이 웃는 것에 더 행복하고, 공감하는 데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내 작품에 대해선 좋은 소리만 듣고 싶다.(웃음)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작년에 SBA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작품인데 졸업 작품으로 낼 예정이다. ‘우리 꼭 다시 만나’ 란 제목의 블랙코미디물이다. 다른 존재의 삶을 존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러닝타임이 13분 정도인데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길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그건 남녀 간의 사랑일 수도, 친구간의 우애일 수도 있다. 사회 이슈에도 관심이 많아서 뉴스를 잘 챙겨 본다. 그래서 블랙코미디 장르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잘 맞는 표현 방식인 것 같다. 일상적이면서 따뜻한 코미디도 물론 좋아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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