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 다른 감독의 작품을 보면 기술적으로 아주 잘 만들어서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서 내가 무엇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순수 미술 분야에서 영상을 만들때부터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걸 떠올렸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죠.” 이코디 감독은 그렇게 자신이 바라본 세상, 자신이 느끼는 불안한 감정을 담아 <마이 플라스틱 스위트하트>, <미드윈터 왈츠>를 완성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영화를 잠깐 공부하기도 했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가리지 않고 본다. 특히 음악을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여러 뮤지션과 협업했는데 성덕이 된 기분이었다.(웃음) 앞으로도 장르를 넘어 다양한 분야와 작업해보고 싶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건 언제였나?
대학 시절 수업을 듣다 영상 매체에 흥미를 느껴 실험적인 영상을 주로 만들었다. 그러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남아공 출신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전시를 보고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종이 한장에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그의 손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후 디지털 모션 그래픽을 공부하면서 조금씩 혼자 연습했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내가 그린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너무 재밌더라. 그러다 여태껏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했던 것 같다. 내 앞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채 말이다.(웃음)
데뷔작 <마이 플라스틱 스위트하트>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나나 친구들 모두 연애 관련 고민이 많던 당시 ‘2050 거주 불능 지구’, ‘쓰레기’ 등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인간의 잘못으로 끔찍하게 망가진 지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었는데 문득 연애와 기후 위기를 절묘하게 이어 붙일 수 있는 소재로 플라스틱이 떠올랐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플라스틱이 지구를 잡아먹으려는 것처럼, 휴대전화 앱으로 연애 상대를 쉽게 물색할 수 있으나 그만큼 쉽게 멀어질 수 있다는 게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마이 플라스틱 스위트하트
미드윈터 왈츠
<미드윈터 왈츠>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인가?
여자(아스트리드)가 거창한 말을 늘어놓으며 남자(댄)를 유혹한다. 남자는 그녀와 잘해보려 하지만 결국 끝은 좋지 않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말에 속아 넘어가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작품을 만들 당시 사이비종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봤는데 사람들이 사기꾼에게 빠지는 과정과 심리를 연구해 만든 캐릭터가 댄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뭔가?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또 가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서 상대적으로 표현의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것도 꽤 흥미롭다. 물론 그만큼 고된 노동이 따라야 하지만 말이다.(웃음) 그래도 열심히 그리는 만큼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나?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인데 애니메틱을 만들고 있다. 제목은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다. 지금까지는 성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번에는 청소년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소재로했다. 앞선 작품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보여드릴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놓치지않고 포착해 나만의 이야기로 소화해 보여주고 싶다. 또 실사영화와 비교해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 작품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기대해달라.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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