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 방향 잃은 대한민국 캐릭터 산업

김효용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3 08: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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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망양(岐路亡羊).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는 캐릭터 산업은 갈림길에 서 있는 양과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K-콘텐츠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지금, 유독 캐릭터 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예상컨대 그 문제는 단순하지도, 쉽게 해결되지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고 관련된 모든 이가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늦기 전에 콘텐츠 핵심 IP로서 다시 주목받고 비상하기 위한 변곡점이 바로 지금이어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캐릭터 산업은 장밋빛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캐릭터 산업의 사회적 현상을 조명하고, 언론사들은 미래 캐릭터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관해 ‘캐릭터 전성시대’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당시 캐릭터 산업을 바라보았던 많은 이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K-콘텐츠 열풍 속에 어쩌면 당연히 캐릭터 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표면적인 산업적 지표나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산업 관계자들은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이라는 것은 관련 구성원 및 관계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방향의 통일성(unification)이 없으면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는데 정부는 분명 캐릭터를 지원하고 있지만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과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엄연히 캐릭터 산업은 콘텐츠의 한 장르로서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이제 그 흔한 중장기 발전 계획이나 로드맵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산업을 함께 의논할 명확한 정부 파트너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 위기 의식을 넘어 무력감에 휩싸인 산업의 모습을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음은 급하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게 근간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산업의 SOC가 필요하다.


첫째, 진흥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떤 근거나 기준이 없으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정부의 재정적 지원 구조를 이해하자.

 

둘째, 중장기적 계획을 통한 발전 로드맵이 필요하다. 10년 전 중장기 계획 이후 캐릭터 산업의 발전 계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계획과 로드맵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피를 잡기 어렵다.

 

셋째,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소통의 자리가 필요하다. 소통이 부재하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의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항시 소통이 가능한 채널 마련이 급선무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릭터는 모든 콘텐츠와 IP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지만 기본적인 법이나 발전 계획 등이 부재한 상황이다.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그동안 분명 많은 시기를 놓치거나 판단 미스가 중첩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앞으로의 10년을 계획성 있게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 바로 혼란스러운 캐릭터 산업의 방향에 우린 각자 어떤 몫으로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효용 교수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영상애니메이션트랙 교수 콘텐츠디자인칼리지 원장
·한국캐릭터학회장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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