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러브, 데스+로봇? 빌리빌리의 캡슐 프로젝트 _ 최자인의 차이나 리포트 5

최자인 과장 / 기사승인 : 2022-11-23 08: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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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빌리(Bilibili)는 지난 9월 16일부터 캡슐 프로젝트에 선정된 총 14편의 작품 중 7편을 공개했다. 주어진 7개의 주제를 놓고 14개의 독립 제작팀이 각기 다른 장르와 화풍의 작품을 만들었다. 러닝타임은 5∼15분이다. 그중 계(界)라는 작품이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로봇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란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빌리빌리와 캡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중국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
빌리빌리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커뮤니티 동영상 플랫폼이다. 2009년 탄생한 빌리빌리는 원래 ACG(Animation, Comic, Game)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 음악, 예능, 드라마, 지식, 생활, 오락, 패션, 다큐멘터리 등 15개의 콘텐츠 카테고리에서 7,000여 개의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젊은 이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만큼 이곳에는 업로더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가 가장 많다. 이용자들은 댓글(단무)로 동영상에 대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소통한다.
빌리빌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방영하는 중국 내 최대 플랫폼으로 3,000여 개를 제공한다. 또 2017년부터 중국 창작 애니메이션(국창) 카테고리를 신설해 지금까지 185편의 애니메이션을 투자·제작하는 등 중국의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가 됐다.
최근 몇 년간 빌리빌리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웹툰 업체를 투자·인수했는데 지난해에만 15곳에 투자했을 정도다.
인기 2D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이름이 알려진 Haoliners를 6.123억 위안(한화 1,226억 원)에, 인기 웹툰사이트 U17을 6억 위안(한화 1,201억 원)에 인수했다.

Made for China 지양, Made for Global 지향
빌리빌리는 2020년부터 중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을 시도해 지금까지 24편의 작품을 해외에 론칭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퍼니메이션, 소니뮤직, 애니플렉스 등은 천관사복, 시광대리인 등 빌리빌리 오리지널 작품의 판권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중 시광대리인은 My Anime List에서 평점 8.88을 받아 전 세계 애니메이션 작품 순위 20위에 오르며 중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Made for Global은 지난해 빌리빌리가 애니메이션 발표회에서 공개한 새로운 캐치플레이즈다.

 

캡슐 프로젝트란?
2021년 말 발표된 관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빌리빌리의 중국산 애니메이션 누적 시청자수는 3억 4,000만 명을 돌파했다. 빌리빌리는 국산 애니메이션 팬들이 늘면서 2019년부터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 또는 독립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소우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라이트 캐처(Light Catcher) 프로젝트로 업그레이드했다.
프로젝트는 지원 대상별로 3개 카테고리로 나뉜다. 그중 원석 프로젝트는 애니메이션 애호가들 대상으로 해 가장 광범위하고 소우주 프로젝트는 예술대 학생들과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자, 캡슐 프로젝트는 실력 있는 프로 제작팀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캡슐 프로젝트를 통해 14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 제작팀은 燃(연, 열혈), 刺(자, 스릴러), 麻(마, 마비), 喜(희, 기쁨), 幻(환, 환상), 淚(루, 눈물), 欲(욕, 욕망) 등 일곱 가지의 감정 중 두 가지를 주제로 삼아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선정된 작품들은 2D, 3D를 비롯해 SF, 사이버펑크, 초현실주의, 디스토피아,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으며 화풍이 다르고 개성도 강하다.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는지 살펴보자.

 

 


The Ultimate Show(8분, 사이버펑크, SF)
장주몽접(장자의 나비 꿈)과 라이브방송, 하이테크놀로지와 퇴마술. 아무런 상관없을 법한 것들이 한 작품에 융합됐을 때 매력이 터져나온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사이버펑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은 마을에서 주인공 샤오카이가 몽접이라는 라이브방송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시청자와 연결하는 대리 체험으로 돈을 번다. 하지만 돈에 눈이 먼 나머지 죽을 병을 앓던 환자에게 몸을 빼앗기고 도사에게 퇴마술을 받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이 작품은 과학기술과 미신을 연결해 미래시대와 구시대간의 기묘한 충돌감을 표현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이 결국 인공지능을 컨트롤하는 건지 아니면 컨트롤당하는 건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을 제작한 Pinta Studios는 주로 VR·AR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작품들은 베니스영화제 VR 경쟁 부문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The RAT(13분, 초현실주의, 가정폭력)
취한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거대한 쥐 두 마리를 발견한 후 때리고 밖으로 내던진다. 그는 날이 밝자 온통 비어 있는 공간과 깨진 가족사진 액자를 보고 그제서야 숙취에서 깨어난다.
경사된 공간과 쓰러진 가구 등으로 취한 상태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며 마지막에 쥐 두 마리가 취한 남자의 아내와 아들인 것으로 묘사된다. 가정폭력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계(界, 9분, SF)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협박받아 인간의 관리자가 되느냐, 아니면 자아를 희생하고 인공지능 시스템과 함께 소멸되느냐란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 이미는 결국 자신을 희생해 인간을 택한다.
이미는 사실 인공지능이 인격과 도덕을 갖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실험품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이 작품은 놀라운 시각효과로 기계문명의 폐해를 깊이 깨닫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팔괘 등 중국의 전통 문화요소가 가미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Tomato Kitchen(8분, 디스토피아)
주인공 이양은 이 도시에서 가장 유행하는 토마토를 즐겨 먹지 않는다.
어느 날 토마토 키친에 갇힌 토마토 인간들을 발견한 이양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는 이 도시에서 살기 위해 얼굴을 깎아 파란 염료로 염색한 뒤 파란 인간으로 위장해 살아가는 토마토 인간 중 한 명이었다.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사회의 불공평에 맞서 싸우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는 현실을 풍자했다.

 

 

 

 

최자인
·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창의센터 기획 PD
·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아이러브캐릭터 / 최자인 과장 ma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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