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99] 오문영 감독, 열정 있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장진구 기자 / 기사승인 : 2026-03-25 08: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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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Get Back>은 하나의 독립적인 시네마틱 영상이면서도 더 넓은 서사를 향한 첫걸음에 가깝다. 2D의 감성과 3D의 공간감이 공존하는 화면은 수채화나 유화 같은 회화적인 질감이 도드라진 표현 기법 덕분에 한 장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오문영 감독은 무엇을 만들지보다 뭘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한다. 그리고 후배들과 함께 미지의 정답을 찾아 떠난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라이엇게임즈에서 수석 테크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작업의 완성도와 안정성을 고민하면서 플레이어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또 학생이나 신진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면서 각자의 목표와 고민을 실제 제작 과정에서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결과를 단정 짓기보다 함께 시도해 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둔다. 그런 과정에서 나 역시 많은 자극과 배움을 얻는다. 요즘은 AI가 인간의 창작과 개발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 제작 과정 안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직접 실험하고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감독 데뷔작인가?

국제 영화제 출품을 기준으로 한다면 데뷔작이 맞다. 겟 백은 한국 문화를 다룬 시네마틱 영상을 준비하던 중에 아트 스타일과 음악, 연출에 대한 여러 가설을 실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만든 시범작이라 할 수 있다. 상상에만 머물던 표현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검증하는 도전의 과정이기도 했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공동 연출을 맡긴 이유는?

어떤 일을 해온 경력보다 책임감과 열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내 신념 때문이다. 강한 의지와 태도가 있다면, 더 열심히 배우고 더 많이 도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 내가 일하는 라이엇게임즈에서도 수평적인 환경에서 주니어에게 리드할 기회를 주고, 시니어가 곁에서 방향을 제시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데 모효진 감독의 가능성을 믿었다. 그래서 멘토링을 통해 함께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고자 했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어릴 때 디즈니 작품으로 영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졌다. 그때는 그저 막연한 호감에 가까웠다. 그러다 군 복무 중에 우연히 본 라이엇게임즈의 시네마틱이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짧은 영상 안에 담긴 캐릭터의 움직임과 연출에 한눈에 반했다고 할까.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진로를 정하지 못했던 터였는데 그때 결심했다. 그리고 제대한 지 사흘 만에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떠났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새로운 표현 방식이나 아트를 직접 시도해 볼 때 정말 즐겁다.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의 방향을 상상하고 그를 실제 화면으로 구현해 보는 과정은 늘 흥미롭다. 아직 해보지 않은 방식에 도전하고 그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보는 건 지금도 작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동기 중 하나다. 이런 시도를 나 홀로 또는 숙련된 사람끼리 하는 것보다 학생이나 신진 창작자들과 함께할 때 더 즐겁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막연했던 아이디어들이, 작업이 끝날 무렵에는 그들의 성장과 함께 분명한 결과물로 남아 있는걸 볼 때 특히 그렇다.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침내 완성에 도달했을 때 드러나는 그들의 자신감과 변화가 무엇보다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설명과 조율이 필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미지의 답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학생들의 열정이 참 좋다. 결과물 자체보다 그들이 성장하고 자신이 만든 작업을 통해 빛나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테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한국 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모티브로 한 새로운 신을 담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 지내면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느끼게 됐다. 그래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국의 색, 움직임, 음악, 정서가 담긴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고 싶다. 특히 국악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시각적인 표현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한국의 감각과 리듬을 색다르게 해석해 보여 주려고 한다. 한국만의 미감과 감성을 전 세계 관객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하겠다.

 

 

후배들과의 협업도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

물론이다. 유학시절에 뭘 어떻게 준비해야 현직과 소통하고 원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을지 잘 몰라 그저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기억을 떠올려 후배들과 계속 소통하고 연결을 이어가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 경력보다 배우려는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이를 이끄는 멘토가 있다면 충분히 멋진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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