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몽키킹의 부활
심해가 담은 이야기
먼저 심해가 담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여주인공 선슈는 바다에 떠다니다 난허가 운영하는 심해식당에 들어가게 된다. 화려한 식당 안에서는 음식을 폭풍 흡입하고 있는 인간형 물고기 손님들 사이에서 수많은 해달 종업원이 각양각색의 음식을 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유일한 인간은 식당 주인 난허다. 배우 주성치의 영화 속 캐릭터처럼 표정과 행동이 과장스럽다.
초능력을 지닌 그는 외모가 자주 바뀌고 간혹 광대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엄마를 찾으러 바다의 요정 하이징링을 따라온 선슈의 모험 여정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해달과 해범 등 동료들과 사귀고, 갑자기 나타난 빨간 상치귀로부터 간신히 탈출한 선슈는 마침내 엄마가 있는 심해지안에 도착하지만 이 모든 건 꿈이었다.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중 약 80분은 주인공 선슈가 죽어갈 때의 환상으로 채워졌다. 이러한 환상의 배후에 있는 진실은 마지막 30분에 밝혀진다.
이혼한 후 엄마가 떠난 뒤 선슈는 아빠와 살고 있었다. 바다의 요정은 엄마가 떠날 때의 모습을 환상에서 변형시킨 것이었다.
새엄마가 오고 동생도 생기자 선슈는 오랜 기간 무관심 속에서 홀로 자랐다.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자주 웃으면 나아질 거라는 아빠. 선슈는 그를 보고 그저 웃으면서 알겠다고 말한다.
심해 포스터
원래 행복했던 일상이 왜 사라졌는지, 엄마가 왜 떠났는지,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라 생각하는 선슈는 자신의 생일에 가족들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떠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갑판에 서 있다가 바다에 떨어진 선슈는 광대 분장을 하고 심해식당이란 책을 팔던 난허에게 가까스로 구조된다.
바다에 떠다니며 구조를 기다릴 때, 농담을 건네고 마술을 보여주며 온갖 방법으로 선슈의 정신이 돌아오게 하려고 고군분투한 난허는 선슈를 살린 뒤 결국 물고기 밥이 되고 말았다. 심해식당 손님들은 왜 모두 다 물고기인지, 난허의 외모가 왜 자꾸 미묘하게 바뀌는지, 풍경이 왜 눈부시게 현란한지, 이 모든 게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진다.
병상에서 눈을 뜬 선슈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다시 꿈으로 돌아가려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과 꿈의 벽은 극장의 스크린으로 표현했다. 난허의 이름을 부르며 온 힘을 다해 스크린을 뚫고 들어가려는 선슈의 얼굴은 스크린에 긁혀 피가 나고 상처는 점점 깊어진다.
난허는 자신을 따르려는 선슈에게 “이 세상이 어떨 땐 회색으로 보이겠지만 반드시 어디에선가 빛이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네 모든 웃음이 다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신비롭고 눈부신 풍경과 모험이 이어지는 초반 80분과 달리 종반 30분은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일으키고 눈물 짓게한다. 경쟁이 치열한 이 시대, 아이들까지 우울증을 걸리는 요즘에도 어디에선가 빛이 있을 것이고 희망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한 줄기 빛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 선슈
주인공 선슈와 해범, 해달들
심해지안을 향하는 심해호 잠수함
선슈가 죽어갈 때 환상에 빠진 장면
톈샤오펑 감독의 낭만과 집착
톈샤오펑 감독은 모든 사람에게 심해란 곳이 있고 거기에 오래된 곤혹, 마음의 매듭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심해는 그가 오래전부터 구상해 만들고 싶었던 소재였다. 끝없이 넓고 신비로운 심해는 끝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일 수도 있겠다.
그는 이러한 심해 또는 선슈의 환상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연출했을까.
텐샤오펑 감독은 2016년 수묵화 화가 장위의 그림을 보고 수묵화를 3D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자고 팀원들한테 제안했다.
사실적인 3D로 연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물, 아크릴 물감, 우유, 색소, 세제 등 다양한 재료로 100여 번의 시도 끝에 이상적인 색감과 유동감을 구현했다. 다만 3D로 표현하기엔 윤곽선이 너무 딱딱하고 묵이 번져 퍼지는 효과를 완벽히 재현하진 못했다.
감독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게 바로 입자수묵이다. 몇십억 개의 입자와 100개의 레이어를 합성, 2년여의 노력 끝에 끝없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심해 스크린삿
제각각 형태가 다른 4,000여 그루의 산호초
2016년 내부 회의에서 톈샤오펑 감독은 “혁신은 내가 감독을 하면서 유일하게 추구하는 최고의 원동력” 이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그 말을 지금까지도 팀원들과 잘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
그는 형형색색 모두 다른 4,000여 그루의 산호초, 100마리에 가까운 해달의 모발, 주인공 얼굴에 또렷이 나타나는 모공과 솜털, 울음을 터뜨릴 때 흘러내리는 눈물,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까지, 시간을 아끼지 않고 영상 곳곳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7년 동안 1,478명의 인원이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다.
변화가 빠른 요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고 싶은 내용을 과감히 개발하고 7년이란 긴 시간을 투자해 작품을 탄생시킨 톈샤오펑 감독과 제작진의 의지와 끈기에 감탄이 나온다. 청춘을 바치면서 애니메이션에 모든 걸 쏟아부은 제작자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심해가 2023년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는데 영상과 서사가 놀랍다는 찬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7년 동안 대담하게 기술과 내용 혁신을 추구해 인재육성에 기여했다” 등의 호평이 쏟아지는 반면 “영상만 화려할 뿐 스토리가 논리적이지 않다” 는 비판도 나온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기회가 된다면 감상해볼 만한 작품으로 추천한다.
최자인
·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 창의센터 기획 PD
·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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