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애니메이션 제작사 피어스비쥬얼웍스가 올해부터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제작 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 현지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베트남 기업’으로 뿌리내린다는 각오다. 회사를 차릴 때부터 일찌감치 베트남을 오가며 사업 토대를 착실히 닦아왔던 조인호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가 베트남으로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회사를 간략히 소개해달라
2016년 설립한 3D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나온 3D 애니메이션 중 우리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외주 작업을 진행했다. 2021년부터는 시크릿쥬쥬의 메인 제작을 맡고 있으며 자체 기획 작품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기 본편 지원사업과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잇달아 선정돼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을 언제부터 준비했나?
처음부터 베트남을 콕 찍은 건 아니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중 한 곳에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를 알아보다가 현지 상황이나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볼 때 베트남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2017년 10월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 유학 온 베트남 학생을 선발해 6개월간서울에서 교육한 후 현지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제작 인력을 꾸려 이듬해 베트남 호찌민에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해 건설업에서 십수 년간 종사했다. 이후 제조, 유통 분야 사업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나름의 눈을 갖게 됐는데 노동 집약성이 강한 애니메이션을 우리나라에서 만든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해외 스튜디오가 절대 필수조건이란 생각이 들어 일찌감치 해외 제작 시스템 구축을 구상했다. 연말에 합계 출산율 최저, 문 닫는 유치원 증가 같은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지더라. 애니메이션 주 시청자이자 소비자가 줄고 있다는 건 시장이 줄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현지 제작 여건은 어떤가?
사실 말이 잘 안 통하고 문화나 정서가 우리와 다르기도 하다. 스튜디오를 설립했던 4∼5년 전보다 인건비도 많이 올라 사업 여건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대신 코로나19로 왕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2년 6개월이란 시간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했다. 베트남은 이직률이 높아서 사람을 못 구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실 사업을 접으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옮기지도 못하고 자의 반 타의 반 회사에 머무르다 보니 어느 새 정이 들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현지인 직원들과 한국인 관리자들의 관계가 정말 끈끈해졌더라. 이후 사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고 업무의 틀이 잡히니 작업 효율도 높아졌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칠 생각인가?
지난해 10월 어느 베트남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요청으로 하노이를 찾았다. 2D, 3D,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였는데 직원이 1,000명에 이르고 유튜브 조회 수도 월 50억 회에 달해 다이아몬드 버튼을 3개나 보유한 곳이더라. 내겐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베트남은 아직 멀었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모든 분야에서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베트남은 제작 기지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이자 우리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할 무대라고 생각한다. 1억 명의 인구 중 10세 이하 영·유아가 1,500만 명에 이르고 경제 성장률도 매년 8%에 달한다. 내수시장이 크니 콘텐츠 사업의 전망도 밝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애니메이션을 기획·제작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쳐 베트남의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새해 목표 또는 포부는?
피어스비쥬얼웍스의 기본 바탕은 제작이다. 그래서 제작팀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데 올해가 저물 무렵에는 베트남 스튜디오의 직원 수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외주 작업과 자체 콘텐츠 제작을 병행해 피어스비쥬얼웍스의 이름으로 베트남 방송과 유튜브에서 영상을 론칭하겠다. 올 하반기에 베트남에서 만든 자체 개발 애니메이션 날아라 캡틴로니를 한국과 베트남에서 동시 방영할 계획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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