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A와 B는 홈페이지 제작사다. A는 C 대학의 의뢰를 받아 홈페이지를 만들어 납품했다. B는 D 대학의 의뢰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C 대학 홈페이지의 레이아웃과 이미지, HTML 소스 코드를 복제·변형해 사용했다. 또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 ‘홈페이지에 대한 저작자는 D 대학이고 모든 권리는 D 대학에 있다’는 문구를 표기했다.
이에 A는 “저작권이 침해당해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B와 D 대학을 상대로 4,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는 C 대학 홈페이지를 참조해 만든 건 인정하면서도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C 대학에게 있고,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각 저작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창작성 있는 저작물이 아니며 D 대학 홈페이지와의 동일유사성도 없다”고 맞섰다.
이를 두고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이 사례는 사안의 이해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2. 선고 2021가합516553 판결문을 각색한 것이며 개별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참고하기 바란다)
해설
소송의 쟁점은 A가 만든 홈페이지의 구성 요소들이 각각 창작성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이 A에게 있는지 C 대학에 있는지, A와 B가 만든 홈페이지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액은 어느 정도인지가 될 수 있다.
A 제작 홈페이지 등이 창작성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A는 홈페이지 방문자에게 C 대학에 관한 소개와 주요 사업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문구, 이미지, 색채 등을 배치·나열했고, 다른 대학들의 홈페이지와 비교할 때 구체적인 각 항목의 크기, 배치, 비율, 색채 등이 같지 않다는 점을 들어 A가 만든 홈페이지는 소재의 선택이나 배열에 창작성이 있는 독자적인 저작물로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편집저작물의 창작성은 작품이 저자 자신이 만든 것으로 남의 것을 복제한 게 아니라는 것,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드시 작품 수준이 높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은 있어야 하고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라면 거기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1다9359 판결)는 기준에 따라 A가 만든 홈페이지의 배치, 구성, 색채, 비율 등의 창작성을 인정했다. 다만 홈페이지 내 구체적인 이미지는 두 부분으로 나눠 일부에 대해서만 창작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A가 창작한 일부 이미지에 대해 서류함, 표지판, 마이크 등의 형상을 단순화해 크기, 비율, 색채 등을 나름의 표현 방법으로 창작한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이미지는 형태, 크기, 비율, 색채 등을 고려할 때 누가 표현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형상의 모양이라고 하기 어려운 정도의 구체적인 창작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가 해당 이미지의 창작성을 부정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유사 이미지들이라고 제출한 표현들과 비교해봐도 구체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어 창작성이 인정된 것이다.
반면 아주 작은 이모지 형태의 자물쇠, 정사각형 도형을 겹쳐놓은 형태, 사람 모양 등은 형태가 극히 단순하고 보안, 개인 정보, 레이어 등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흔히 사용되는 이미지에 불과해 누가 하더라도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어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된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이미지 제작 과정의 증거 등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홈페이지 소스 코드의 경우 HTML 명령어 대부분 단순히 콘텐츠가 표시될 위치, 글자나 배경의 색깔, 글자체, 글자 크기 등을 직접 지정하거나 자주 쓰이는 글자 형태에 클래스 이름을 부여해 지정하는 등의 내용에 불과한 점, HTML 명령어가 콘텐츠를 화면에 표시하기 위한 문법을 기술한 태그에 불과해 별도의 프로그래밍 요소가 들어 있지 않고 특정 웹페이지에 대한 HTML 소스 코드는 누가 만들어도 비슷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점, A가 만든 소스 코드 중 일부 파일과 동일한 파일이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점 등을 고려해 창작성을 부정했다.
판례 취지에 따르면 홈페이지 HTML 소스 코드가 별도의 창작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인터넷에 공개된 파일 부분을 제외하고 소스 코드 중 프로그래밍적 요소가 있는 부분으로 특정해야 할 것이다.
홈페이지 등 저작물의 저작권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 여부
C 대학 홈페이지 등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는 창작자인 A라는 점은 법리상 당연하다. 다만 A와 C 대학의 홈페이지 제작 용역 계약에 따라 그 저작권이 C 대학에 양도됐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적 권리로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양도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므로 계약 내용과 무관하게 각 저작물에 대한 저작인격권은 A에게 있다. 따라서 B가 D 대학 홈페이지에 A가 만든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마치 홈페이지 등을 창작한 저작자가 D 대학인 것처럼 표기하고 창작자인 A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은 건 A의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이다.
저작재산권의 경우 당사자 간 약정으로 양도될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 A와 C 대학 간의 계약서에는 ‘A가 제공한 정보 및 제작물 일체는 학교의 소유로 한다’는 문구와 ‘온라인 서비스의 정보, 내용, 지시물, 이미지, 파일, 프로그램 사용권은 C 대학의 소유로 하며, 제작물의 원본과 프로그램 소유권은 A가 가진다’라고 규정돼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다툼이 있었다.
이에 법원은 “위 조항만으로 A가 창작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이 C 대학에 양도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고 오히려 A가 C 대학에 사용권만을 부여했다고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용역 계약에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과 결과물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별개이므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C 대학에 양도했다고 해도 저작재산권까지 양도했다고 해석하긴 어렵고 창작자 권리 보호 차원에서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면 창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라는 점, 그리고 용역에 대한 대가와 저작재산권 양도에 대한 대가는 별개이므로 계약서에 용역 대가와 별도로 저작재산권 양도 대가가 지급되거나 대금에 포함됐다는 내용이 없는 한 저작재산권 양도를 쉽게 인정할 순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C 대학은 홈페이지 등에 대한 사용권 및 유형의 결과물이나 자료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만, 무형의 지적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창작자인 A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질적 유사성 인정 여부
위 사례에서는 B는 A가 만든 홈페이지 프레임과 이미지를 복제했다는 걸 자인했으므로 의거성은 인정됐다. 또 레이아웃(대학 명칭 위치, 아이콘 위치, 글자 색상, 바로가기 색상, 위치, 형태, 배경 이미지 등)이 거의 동일하고 이미지 역시 창작성이 인정된 이미지들이 동일하게 사용돼 홈페이지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됐다.
손해배상액의 정도
A는 4,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음에도 300만 원만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선 A가 B의 행위로 4,5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A가 C 대학 홈페이지 개발비를 358만 원으로 정한 점, B와 D가 홈페이지를 공개한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점, C 대학이 항의하자 곧바로 D 대학의 홈페이지를 폐쇄한 점을 고려해 재산적 손해액은 200만 원만 인정했다.
그리고 B와 D 대학이 A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해 A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을 경험칙상으로 인정하되, 모든 점을 참작해 정신적 손해액은 100만 원으로 인정했다. A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단 손해액이 너무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손해배상 법리는 실제 발생한 손해액 한도 내에서만 인정하고 있고 입증할 책임은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위 사례에서는 홈페이지 개발비를 최대 한도로 하고, 사용기간 등을 고려해 재산적 손해액을 정했으며 정신적 손해액도 재산적 손해로 일부 보전되는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위자료 정도만 인정했다.
A는 손해배상액이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법원의 판결로 홈페이지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았고 B와 D가 동일한 홈페이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목적의 절반 이상은 쟁취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D 대학이 C 대학의 항의로 홈페이지를 바로 폐쇄했다고 해도 소송을 제기할 때는 침해저작물의 사용을 금지하는 청구를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결문에 침해저작물 사용 금지 및 폐기 주문이 없어 판결 이후 상대방이 다시 무단 이용을 재개하면 별도의 소송을 추가로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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