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릭터 A의 저작권자인 B사와 라이선싱 에이전트 C사 간의 캐릭터 저작권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A에 관한 라이선싱 계약의 해석과 이행을 둘러싼 문제를 다룬 중요한 소송이다. 캐릭터 비즈니스를 진행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배울 점이 많다. 이 사건에서 다룬 법적 쟁점과 시사점을 설명해본다.
사례
B사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큰 인기를 얻은 캐릭터 A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 C사는 A 저작물의 상품화 및 라이선싱 계약 체결, 관리를 대행할 권한을 가진 라이선싱 대행사다. C사는 B사와 라이선싱 대행 계약을 맺어 A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거나 다른 라이선시와 계약 체결을 대행할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계약 권한 범위 다툼 및 정산금 지급과 로열티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소송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계약서에 명시된 권한과 의무, 그리고 각자의 계약 위반 여부였다. 특히 C사가 가진 권한이 B사의 별도 라이선싱 권한까지 배제하는 독점 배타적인 라이선성 권한인지, 아니면 유일한 대행사로서 권한에 불과한 것인지의 해석에 대한 다툼과 C사가 계약에 명시된 정산금과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이 사건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4. 4. 5. 선고 2022가합70486(본소) 정산금 청구, 2022가합74310(반소) 손해배상(기) 판결문의 내용을 참고로 작성한 것이다).
해설
라이선싱 계약의 범위와 독점성 문제C사는 B사와의 계약을 통해 독점적으로 A를 상품화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C사가 가진 권리는 저작권자까지 배제하는 독점 배타적인 성격의 라이선싱 대행 권한이 아니라 다른 대행사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일한 라이선싱 대행사의 지위일 뿐이므로, 자신들이 직접 라이선싱 계약을 하는 것까지 배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계약서에 독점 계약권 부여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계약서에서 독점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계약서 문언에 따르면 B사가 C사에게 A에 관한 유일한 계약 대행 권한을 부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저작권자인 B사가 직접 계약권을 포기하면서까지 C사에 독점 계약권을 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 판단했다.
C사가 B사에 지급보증금을 납부하도록 정한 사실, B사가 라이선시들에게 A 캐릭터의 상품화 사업을 C사와 체결하도록 한 사실 등이 있다고 해도 계약서 문언 해석상 C사에게 독점 계약권까지 부여한 것이라고는 해석할 수 없다고 봤다.
이는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 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해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뤄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상대방의 권리의 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33607 판결, 2006. 7.6. 선고 2004다3482 판결 등 참조)”라는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C사가 독점 계약권을 갖는지 여부는 B사의 권리 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므로 계약 문언에 독점 계약권 부여라는 표시가 없다는 점 등을 엄격하게 해석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라이선싱 계약에서 독점적 계약 체결 권리를 원한다면 반드시 계약서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 계약서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권리는 주장할 수 없으므로 독점 계약 체결 권한을 주장하려면 계약서에 해당 표현을 분명히 기재해야 한다.
정산 보고 및 정산금 지급 의무 불이행과 계약 해지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C사가 계약에서 정한 정산금과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는지 여부다. 라이선싱 계약에서는 캐릭터를 사용해 만든 상품의 매출에 대해 일정 부분을 캐릭터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로열티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C사는 계약 기간 일정 분기 동안 발생한 매출에 대한 정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이는 B사와의 분쟁으로 이어졌다.
B사는 C사가 정산금과 로열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B사는 계약을 해지했고, C사는 B사가 부여한 독점 계약권을 침해해 직접 다른 라이선시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계약을 위반해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은 “C사의 정산 보고 및 정산금 지급 의무가 B사의 독점 계약권 침해로 인한 손해 배상 의무와 견련 관계가 있어 동시 이행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B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C사가 정산 보고 및 정산금 지급 의무 이행을 거절할만한 정당한 권한이 부여된다고 보기 어렵다” 면서 C사의 정산금 지급 의무 불이행을 사유로 한 B사의 계약 해지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라이선싱 계약은 캐릭터 소유자가 자신의 캐릭터로 수익을 얻기 위해 맺는다. 따라서 그 수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캐릭터 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로열티라고 한다.
기업이 캐릭터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할때마다 매출에 비례해 캐릭터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계약 조건이다.
결국 C사가 이러한 정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가 불가피했던 것이고, C사가 주장한 B사의 계약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라이선시나 에이전트는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후에는 반드시 매출 관련 정산 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로열티를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뿐 아니라 법적 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캐릭터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은 매출을 꼼꼼히 관리하고 로열티를 정확히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 관련 자산의 소유권 문제
이번 판결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쟁점은 캐릭터 관련 자산의 소유권 문제였다. C사는 계약 종료 후에도 A 캐릭터와 관련된 온라인 쇼핑몰인 A몰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B사는 계약 종료 후 이 쇼핑몰과 관련된 모든 자산이 B사에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A몰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자산, 즉 고객 데이터베이스, 쇼핑몰 관리 권한 등이 B사에 이전 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캐릭터와 관련된 자산은 단순히 캐릭터 자체뿐 아니라 그 캐릭터를 이용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고객정보, 판매 기록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자산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계약이 종료되면 캐릭터 소유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C사는 자신들이 A몰을 구축하고 운영했으므로 해당 자산이 자신에게 속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고 A 캐릭터와 관련한 모든 자산은 B사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캐릭터 비즈니스에서는 계약 종료 후 자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자산이 계약 종료 후 캐릭터 소유자에게 이전 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 종료 후 자산 소유권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주의할 점
이번 사건은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준다.
가. 계약 체결 시 명확한 조건 설정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되는 권리를 주장하려면 계약서에 그 내용을 분명히 기재해야 한다.
나. 정산 절차의 투명성 유지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에서 매출과 로열티 보고는 매우 중요하다. 판매된 상품에 대한 매출을 정확히 보고하고 이에 따른 로열티를 정기적으로 캐릭터 소유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 해지뿐 아니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 계약 종료 후 자산 이전 문제
계약이 종료된 후에는 캐릭터와 관련된 모든 자산이 캐릭터 소유자에게 반환돼야 한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자산도 포함된다. 계약 체결 시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계약 종료 후 자산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
이번 사건은 캐릭터 비즈니스에서 계약의 중요성과 정산 절차의투명성, 자산 소유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캐릭터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은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미리 인지하고 계약 체결과 이행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계약서 내용을 명확히 하고 정산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며 계약 종료 후 자산 소유권 문제를 철저히 준비해 분쟁 소지를 없애야 한다.
권단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사)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법률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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