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의 웹툰 이야기 47] 창작을 여는 새로운 지평, AI가 오고 있다 - 웹툰 산업의 AI 전략과 재정의 효과-1

서범강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0 1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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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웹툰 산업의 변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기술의 비약적인 성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GPU는 원래 이미지와 동영상의 생성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수 전자 회로로, 쉽게 말해 컴퓨터 그래픽 카드라 할 수 있다. GPU 기술은 1998년 미국의 엔비디아가 리바 TNT라는 그래픽 카드를 출시하면서 등장했다. 1999년 지포스(GeForce)라는 이름의 GPU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대중화의 서막을 열었다. 엔비디아는 2006년 병렬 연산을 위한 플랫폼인 CUDA를 개발해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학습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GPU는 수천 개의 코어를 통해 동시에 여러 연산을 처리하는 병렬 구조를 갖추고 있어 직렬 처리 중심의 CPU보다 AI 연산에 훨씬 유리하다. 특히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고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 모델, 가령 이미지 생성, 텍스트 생성, 영상 편집 등에 활용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은 GPU를 기반으로 한 연산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엔비디아가 CUDA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가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그 결과 AI 생태계의 확장과 함께 엔비디아는 서버용 GPU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독점적 위치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술 기반은 웹툰 산업에도 직접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웹툰 제작에 사용하는 AI 도구는 대부분 이미지 생성, 스타일 학습, 레이아웃 편집처럼 복잡하고 고도화된 연산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실제 웹툰을 제작하기 위한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는 AI가 수백만 개의 픽셀 단위로 세밀한 그래픽 정보를 조합하고 해석해야 한다.


스타일 학습은 다양한 작화 방식과 감성 표현을 추출하고 재현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레이아웃 편집의 경우에도 장면 간의 시각적 흐름과 독자의 몰입감을 고려한 동적 분석을 요구한다.


이러한 분석은 웹툰의 내러티브 전개에 따라 컷 간의 전환 타이밍, 시선 유도 방향, 공간 구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긴장감이 높아지는 장면에서는 컷 간 간격을 좁히고 대사가 없는 컷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을 AI가 판단해 제안하거나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AI는 독자의 읽는 속도, 시선 추적 경로, 감정 반응 데이터를 학습하며 이야기 전개와 시각 정보를 조화롭게 연결하도록 자동으로 레이아웃을 구성한다. 이러한 고차원적 분석은 수많은 시각 및 내러티브 패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므로 GPU를 통한 고성능 병렬 연산 처리가 필수적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복잡한 계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병렬 연산에 특화된 GPU의 고성능 처리 능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천 개 이상의 연산 코어를 통해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구조의 GPU는 웹툰과 같이 대량의 이미지 및 텍스트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고 시각화해야 하는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에 매우 적합하다. 특히 웹툰 제작에 활용되는 AI는 각 장면마다 다른 스타일, 배경, 색감 등을 분석하고 자동 생성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GPU는 수많은 연산을 병렬로 수행함으로써 기존 CPU 기반 환경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과를 도출해 내며 웹툰 제작을 위한 조건을 제공한다.

 

결국 GPU의 연산 성능은 단순한 이미지 생성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AI 웹툰 제작이 창작자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구현하고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창작 환경을 만드는 기반 기술이 됐다. 다시 말해 GPU의 발전은 웹툰 제작에 활용하는 생성형 AI 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따라서 웹툰 산업에서 AI 활용이 확장되고 정교화될수록 GPU 기반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의 질적 향상을 뜻하며 AI와 협업하는 웹툰 제작을 떠받치는 기반이기도 하다.


웹툰 산업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선봉에서 기술 혁신과 사용자 경험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영역 중 하나다. 모바일 기반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대중화되면서 웹툰은 만화의 디지털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주류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AI 기술의 도입은 웹툰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웹툰은 주로 개인 창작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수공예적 창작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AI는 창작의 자동화, 기획의 데이터화, 소비자의 맞춤화를 실현하며 새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변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① 창작 효율성의 획기적 개선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화 작업, 특히 배경 채색, 컷 배치, 인체 스케치 보정, 표정 디자인 등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는 창작자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창의적인 기획과 서사 구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1인 작가 시스템이라면 생산성 향상과 창작 피로도 감소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② 유통과 글로벌 진출 전략의 고도화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필수적인 현지화 작업 역시 AI의 도움으로 달라지고 있다. AI 기반 자동 번역 시스템은 콘텐츠의 다국어 변환을 빠르게 수행하며 특정 국가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 코드까지 반영한 문장 추천 기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 맥락을 인식하는 고도화된 자연어 처리 모델은 향후 AI가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 콘텐츠 기획 파트너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③ 창작 방향을 안내하는 피드백 시스템
AI는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웹툰의 구독 패턴, 선호 장르, 클릭 유지 시간, 이탈률 등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창작자에게 작품의 강점과 약점, 다음 회차에 대한 예측 가능한 트렌드 제시를 가능케 하며 감각적 창작에서 전략적 창작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 특히 플랫폼 기반 AI 분석 도구와 연동되면서 콘텐츠 최적화 시스템이 새로운 창작 기준이 되고 있다.


AI는 웹툰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유통 효율화, 소비자 맞춤형 전략이란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창작자뿐 아니라 플랫폼과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제공한다.

 

AI 기반 웹툰 제작 도구의 등장
AI 기술을 웹툰 제작 현장에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환경적, 기술적, 기능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환경적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GPU 인프라의 확장이 AI 기반 도구가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다.


둘째, 기술적으로는 딥러닝 모델의 발전과 함께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을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시스템의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셋째, 기능적으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API 연동 기술의 발달로 창작자가 별도의 코딩 없이도 손쉽게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도구의 등장은 법적, 기술적, 사회적, 감성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법적으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AI가 자체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창작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으며 해당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주체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특히 웹툰 같은 시각 예술물이라면 AI의 보조 수준과 개입 정도에 따라 창작자, 플랫폼, AI 개발사 간 권리 귀속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원저작물의 데이터 학습 허용 범위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AI가 웹툰 제작을 위해 기존 작품의 이미지, 서사 구조, 캐릭터 설정 등을 무단 학습할 경우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데이터 학습에 앞서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 저작권 보호 대상이 포함된 학습 데이터셋의 제한, 공정 이용 범위 재정의 등의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AI 도구의 고도화를 위해 데이터 품질, 윤리적 설계, 지속 가능한 모델 관리라는 세 가지 핵심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먼저 데이터 품질은 AI 학습의 정확도와 직결되며 편향 없는 고품질의 데이터셋을 확보하고 이를 정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웹툰처럼 시각적 요소가 많은 콘텐츠에서는 해상도, 스타일의 다양성, 메타데이터의 정합성 등이 모델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상도는 이미지의 세밀한 디테일을 재현하는 데 필수적이고 고해상도 데이터는 모델이 더 정교한 선 처리와 색감 표현을 학습할 수 있게 한다. 스타일의 다양성은 다양한 작화 방식, 장르 특유의 표현 기법, 시대적 미감 등을 포함하며 이를 반영한 학습은 모델이 특정 작가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적 스타일을 재현할 수 있는 범용성과 적응력을 높인다. 메타데이터의 정합성은 이미지에 포함된 텍스트, 장면 설명, 인물 정보 등의 구조화된 부가 정보를 말한다.

 

이 정보가 정확하고 일관되게 구성될수록 AI는 콘텐츠의 의미적 맥락과 장면 간 관계를 더 잘 이해하고 생성 결과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AI 모델의 학습 품질과 생성의 정확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더 세밀하고 몰입도 높은 결과물을 생성하는 기반이 된다.


다음으로 윤리적 설계는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차별적이거나 왜곡된 표현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학습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기술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훈련 데이터에 포함된 인종, 성별, 문화적 고정관념 등을 그대로 반영해 차별적 표현을 생성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학습용 데이터셋의 정제 과정에서 편향 요소를 사전에 식별하고 제거하거나 균형 잡힌 데이터를 재구성해야 한다. 차별 검출 모델(fairness classifier)을 함께 학습시켜 결과물의 사회적 편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규칙을 통해 판단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 가능 AI(XAI) 기법이 필요하다. 여기서 알고리즘의 투명성이란 AI 시스템이 입력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 결과를 산출했는지를 인간이 추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생성 결과에 대한 인간 사용자의 해석 가능성을 높이고 책임 있는 사용과 감시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텍스트 생성 AI가 특정 주제에서 차별적 표현을 생성했을 때 어떤 데이터 학습 경로와 내부 판단 로직에 의해 그 결과를 도출했는지 역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모델의 작동 방식을 기록하는 로깅 시스템, 중요 결정 지점에 대한 시각화 도구, 모델 의사 결정의 기준을 제시하는 설명 모듈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투명성과 해석 가능성은 AI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려면 반드시 기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 관리는 고성능 AI 모델의 연산 부담과 에너지 소비를 고려한 효율적인 운용 전략을 요구한다. 실제로 생성형 AI 모델, 특히 대규모 트랜스포머 기반 모델은 수천만에서 수억 개의 파라미터를 포함하고 있어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소모와 연산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서버 부하 증가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도 탄소 배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라미터 경량화(모델 프루닝, 양자화), 지연 추론 최소화, 학습 효율을 높이는 옵티마이저 개선 등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GPU 및 TPU의 에너지 효율 최적화, 클라우드 기반 분산 학습, 지속적인 성능 점검과 정기적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모델의 계산 효율성을 유지하며 과도한 자원 소비 없이 장기적으로 운용 가능한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웹툰 산업에서 AI가 창작 보조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한 기술적 신뢰성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다. 사회적으로는 창작자의 직무가 전통적인 창작 중심에서 디렉터, 편집자, 콘텐츠 기획자의 역할로 확장되고 있으며 AI도구의 활용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진 작가는 고도의 작화 능력 없이도 스토리텔링 역량과 기획력을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웹툰 산업 내의 창작 구조가 개별 장인의 수작업 모델에서 AI 보조 기반의 협업 모델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생산 체계와 맞물리면서 제작 방식의 분업화와 속도 중심의 생산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성적으로는 AI로 제작된 웹툰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질문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독자는 AI 생성 이미지의 정제된 시각 효과에 매력을 느끼는 반면, 인물 간 감정선이나 미묘한 서사의 흐름에서 인간 작가가 직접 만든 작품과 비교해 몰입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는 독자들이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작가의 정서적 메시지와 감정 표현, 창작 의도에 대한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향후 AI 기반 웹툰의 정서적 설득력과 몰입도를 높이려면 인간 작가의 감성적 디렉션과 창의적 해석이 여전히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AI 기반 도구는 단순한 효율성 향상을 넘어서, 웹툰 제작 패러다임의 본질적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창작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작업 패턴, 선호하는 작화 스타일, 서사 구조 등을 학습해 반복적이고 수작업 중심이었던 작업 공정을 자동화하는 동시에 콘텐츠의 일관성과 스타일 유지 기능을 기술적으로 보장하도록 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기술 요소로는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페인팅, 스타일 트랜스퍼, 텍스트-이미지 인터페이스 기반모델, 사용자 행동 기반 피드백 루프 등 다양한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이 기술들은 창작자의 요구와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시각적 표현의 정교화뿐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식의 다양화도 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고유의 미적 취향과 창작 철학을 반영할 수 있도록 확장된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웹툰 산업 반의 창작 방식에 정성적·정량적 변화를 동시에 일으키고 있다.

 

서범강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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