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에 특화된 규정을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하겠다니, 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대충 봐도 말이 안 된다고 느껴질 일이었다.
이에 한국웹툰산업협회는 도서정가제의 대응책으로 웹툰표준식별체계의 필요성과 추진을 주장했다. 출판산업과 웹툰산업의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막고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지지하면서 웹툰산업의 성장 동력과 운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도서정가제란
도서정가제는 도서를 팔 때 가격을 정해 놓고 다른 판매처에서 그 가격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가격 경쟁을 억제하고 출판사와 작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도서 판매에 참여하는 모든 판매처에서 이를 준수해야 한다. 독자들이 도서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서점 등의 판매처에도 도서정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와 작가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인식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가격 독점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특정 도서를 더 싸게 살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출판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체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는 3년마다 출판산업계 전문가들을 모아 도서정가제의 실효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의견은 팽팽히 갈린다.
국제표준화기구 “웹툰 ISBN 등록 금지”
앞서 언급했듯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권고로 웹툰의 ISBN 등록이 급작스레 늘어났지만 웹툰은 출판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기업, 작가들의 상당수는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왜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실 출판산업에서도 웹툰을 출판이라고 보는 이유를 단행본과 잡지의 출판 형태였던 만화가 진화해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웹툰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출판과 연결 짓는 이유를 일부 웹툰이 ISBN에 등록돼 있다는 것에서 찾고 있지만 정작 ISBN 국제표준화기구는 2025년부터 웹툰의 ISBN 등록을 금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웹툰을 제대로 보호하고 운영·관리할 수 있는 표준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음을 직시하고 국제표준의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웹툰표준식별체계를 추진해야 한다.
웹툰표준식별체계에 담아야 할 정보들
한 해에만도 수많은 웹툰이 유통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급도 상당히 늘고 있다. 한류의 확산과 함께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을 견인하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수출을 통한 무한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웹툰산업의 데이터 수치와 통계는 언제나 추산일 뿐 부정확하다.
어떤 작품들이 누구에 의해 얼마나 만들어지고 어떻게 어디로 유통되고 있는지, 가격은 얼마이며 매출과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설문에 참여하는 일부 웹툰 기업과 작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짐작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웹툰의 정보를 다루는 웹툰표준식별체계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웹툰표준식별체계에는 어떤 정보를 담아야 할까.
이미 웹툰표준식별체계 도입 및 활용 방안을 위한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이 나오겠지만 대략 웹툰 저작물관리 정보를 위해서는 작품정보, 세트정보, 회차정보가 필요하다.
세트정보: 부(1부, 2부, 3부) 혹은 시즌(시즌1, 시즌2, 시즌3)
회차정보: 회차, 회차별 제목, 게시일, 연재 및 휴재 상태, 연재처, 연재 URL
작품정보: 원작명, 원작자, 작품명, 기획, 각색, 그림작가, 글작가, 줄거리, 언어, 제작사, 연령등급, 번역, 장르(로맨스/액션/무협/BL/판타지 등), 자문, 완결 여부, 연재 개시일자, 연재 종료일자, 도움, 배경, 채색, 보정, 효과, 편집디자인, 공동제작, 아트디렉터, 콘티, 선화, 식자, 교정, 제작,
이 밖에 외부식별자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이처럼 웹툰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웹툰표준식별체계로 관리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웹툰 저작권 관리를 통해 정확한 저작권자, 지분율, 저작권 양도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고 계약 관리를 통해 정확한 계약자와 계약조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유통 관리를 통해 정확한 연재처, 판매일시, 판매금액 등을 파악할 수 있고 경력 관리를 통해 정확한 창작자 정보와 참여자 역할, 작품명과 회차 정보, 연재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웹툰 납본을 통해 정확한 웹툰 관리정보, 웹툰 회차별 이미지, 기타 부가정보를 활용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웹툰 아카이브 구축이 가능하며 불법 사이트와 페이지 정보를 찾아내고 채증 자료를 통해 웹툰 불법유통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렇듯 웹툰산업의 주요 정보들을 기록·관리·보존·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웹툰산업에 꼭 필요한 웹툰 통합 전산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소중한 웹툰 데이터들의 유실을 막고 정확한 데이터 수치와 통계를 확보한다면 웹툰산업의 성장을 위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웹툰표준식별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많다. 이제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어떻게 하면 완벽한 웹툰표준식별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정리하고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웹툰의, 웹툰에 의한, 웹툰을 위한 웹툰표준식별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범강
·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대표
아이러브캐릭터 / 서범강 회장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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