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사례
A는 ‘가’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1년간 단독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업자등록증에 후배 의사 B를 공동 대표자로 올리고 병원을 공동 운영하게 됐다.
A와 B는 병원 운영을 위한 출자금액은 15억 원, 투자 비율은 60%, 40%로 하고 손익은 공동으로 책임지기로 했다.
A와 B는 동업계약서에 원칙적으로 각자 병원을 대표하되, 병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항에 대해선 반드시 공동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1,000만 원 이상의 자금 소요, 지분 참여자의 결정 등을 그 예로 기재했다.
A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 상호 상표를 단독 명의로 출원했으나 등록료를 내지 않아 상표권 획득이 무산됐고 이후 다시 유사한 상표를 출원했지만 등록 거절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은 계속 ‘가’를 포함한 유사 상표(이하 선사용 상표들)를 사용했고 A는 공모전을 열어 캐릭터 ‘다’를 선정해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던 중 A가 갑자기 사망했고 한 달 후 B와 A의 단독 상속인 C는 A의 병원 지분 전부에 대한 사업양도양수계약을 맺었다.
B와 C는 양수도 대금을 50억 원으로 합의하고 세부이행약정 내용을 포함해 C는 A 명의의 업무용 차량, 의료 장비 등에 대한 명의와 소유권을 B 단독으로 변경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사용상표들이나 ‘다’ 캐릭터 상표의 권리 귀속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이후 ‘다’ 캐릭터 상표는 A 명의로 출원, 등록됐고 몇 년 후 상속인 C의 명의로 상표권이 이전 등록됐다. 등록되지 않은 선사용상표들, ‘다’ 캐릭터 상표를 A의 사망 이후에도 사용해오던 B는 병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공모전을 열어 새 상표를 출원했지만 ‘다’ 캐릭터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런데 A의 사망 후 의사 자격이 있던 C가 선사용상표들과 유사한 상호인 ‘바’ 상표를 출원해 등록했다. 이에 B는 ‘바’ 상표를 대상으로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고 무효심판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C는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본 사례의 사실관계는 특허법원 2023. 2. 15. 선고 2022허3212 판결의 사실관계를 독자의 이해와 판결 취지의 설명을 위해 각색한 것으로 판결 대상인 원 사실관계와 일부 일치하지 않음을 알린다).
해설
A와 B의 ‘가’ 병원 운영 법률관계의 성격
A와 B가 ‘가’ 병원을 공동 운영키로 한 동업계약에 기반한 두 사람의 계약관계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민법상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며 출자는 금전뿐 아니라 재산 또는 노무로 할 수 있다.
조합의 경우 당사자가 손익분배의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해 정한다. 위 사례의 동업 계약에 따르면 A와 B의 투자 비율은 60% 대 40%로 정했으므로 손익분배의 비율도 같은 비율로 정한 것으로 본다.
계약 당시 병원의 100%에 해당하는 지분 가치는 15억 원이지만 A가 사망한 시점의 지분 가치는 사업양수도계약을 볼 때 50억 원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A 사망으로 인한 ‘가’ 병원 재산에 대한 소유관계
민법상 조합 재산의 소유관계는 합유다. 합유자의 권리는 합유물 전부에 미치며 처분 또는 변경할 때에는 합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보존행위는 각자 할 수 있다. 공유와 달리 합유물에 대한 지분을 전원 동의 없이 처분할 수 없으며 합유물의 분할 청구도 할 수 없다.
공유의 경우 공유자가 사망했다면 그 지위가 상속인에게 승계되지만 합유의 경우라면 다르다.
조합에서 조합원 1인이 사망했다면 민법 제717조에 의해 조합관계에서 당연 탈퇴되고 특히 조합계약에서 사망한 조합원의 지위를 그 상속인이 승계하기로 약정하지 않았다면 사망한 조합원의 지위는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2951 판결 등 참조).
두 사람으로 된 동업관계, 즉 조합관계에 있어 1인이 탈퇴하면 조합관계는 해산됨이 없이 종료돼 청산이 뒤따르지 않고 조합원의 합유에 속한 재산은 남은 조합원의 단독소유에 속하며 탈퇴자와 남은 자 사이에 탈퇴로 인한 계산을 해야 한다(대법원 1997. 10. 14. 선고 95다22511, 22528 판결 등 참조).
위 사례에서 A와 B는 병원을 함께 운영했으므로 민법상 조합관계에 해당한다.
A가 사망했으므로 동업계약에 일방 사망 시 그 지위를 상속인에게 승계하기로 하는 약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A의 지분 60%는 상속인 C가 아닌 B에게 단독 귀속돼 B가 지분 100%를 갖게 된다. 다만 B는 사망으로 동업관계를 당연 탈퇴하게 된 A의 상속인과 사이에 탈퇴로 인한 계산을 해야 한다.
그래서 B와 A의 상속인 C는 사망으로 인한 병원 동업관계 탈퇴 계산의 의미로 사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법리적으로 사업양수도계약이란 용어는 C가 권리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고 동업탈퇴 계산을 위한 정산계약 정도가 적정해 보인다. 하지만 용어의 표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약의 실질이 중요한 것이기에 계약서 제목이나 표시와 무관하게 사업양수도계약은 동업탈퇴 계산을 위한 정산 약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업양수도계약을 통해 B와 C는 A가 사망으로 탈퇴함으로 인한 계산을 하면서 대금을 50억 원으로 하고 세부 이행 내역까지 작성해 정산을 마무리한 것에는 다툼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사업양수도계약을 통한 정산 당시 A 명의로 등록되지 않은 선사용상표들과 ‘다’ 캐릭터 상표에 대해선 아무런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권리도 명의나 권리 등록과 무관하게 병원의 합유재산에 속한다고 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양수도계약 이후 선사용상표들과 유사한 상표와 ‘다’ 캐릭터 상표를 C가 상속을 원인으로 이전 등록받거나 별도 출원, 등록했으므로 C에게 단독으로 귀속한다고 봐야 하는 지가 실질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바’ 상표가 상표등록 무효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
B는 A와 동업관계에 있을 때부터 ‘바’ 상표와 유사한 선사용 상표들을 사용했고 A가 사망해 C와 정산을 마친 이후에도 사용해왔다. B는 C가 선사용상표들과 유사한 ‘바’ 상표를 출원해 등록한 것은 상표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C는 A가 선사용상표들에 대한 권리를 단독으로 소유하면서 동업한 B에게 사용을 허락한 것에 불과하고 A에게 상속받은 C가 사업양수도계약 정산 당시 B에게 그 권리를 양도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선사용상표들에 관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동업계약에 따른 조합재산에 속하고 사망으로 인한 A의 탈퇴에 따라 B에게 귀속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와 B가 병원의 공동대표권, 공동경영권을 행사하는 데에는 상호나 상표 사용이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 없는 점, 선사용상표들을 공동 사용해온 점 등에 비춰 선사용상표들에 관해 상표등록할 수 있는 권리도 동업계약에 따른 조합재산으로 A와 B가 공동으로 소유(합유)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동업계약과 병원 운영에 있어 A의 비율이 더 높고 A가 주도적으로 선사용상표들을 개발, 선정했다 해도 A 사망 후 B와 C가 사업양수도계약의 세부 이행 내역을 정하면서 선사용상표들의 사용이나 권리 귀속에 대해 아무런 정함이 없었고 수년간 선사용상표들을 사용하는 것에 C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에 비춰 A가 선사용상표들에 대한 권리를 단독 보유하면서 동업자인 B에게 사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는 동업·고용 등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또는 그 밖의 관계를 통해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그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 출원한 상표를 등록 받을 수 없는 상표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결국 C가 선사용상표들과 유사한 ‘바’ 상표를 등록한 것이 이에 해당해 무효라고 본 것이다.
결론
위 사례에서는 ‘바’ 상표의 무효 여부에 대해 판결한 것일 뿐 캐릭터 도형 상표인 ‘다’ 상표의 무효 여부나 권리 귀속에 대한 것까지 판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결 취지상 선사용상표들과 ‘다’ 캐릭터 상표를 달리 볼 이유가 없고 비록 B가 ‘다’ 캐릭터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출원 등록하려다 ‘다’ 캐릭터 상표의 존재 때문에 실패했음에도 판결 취지를 볼 때 ‘다’ 캐릭터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면 이길 확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A가 공모전으로 선정한 ‘다’ 캐릭터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귀속하는 약정을 했다면 이는 A와 B의 합유 재산이며 A가 사망함에 따라 B에게 저작재산권이 단독으로 귀속된다.
따라서 B는 ‘다’ 캐릭터 상표에 대한 무효심판 및 ‘다’ 캐릭터 단독 저작재산권자의 지위를 갖게 될 수 있다.
A와 B가 애초 동업계약을 체결할 때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병원의 재산인 상표(권)나 캐릭터 저작물에 대해 상속인에게 권리가 귀속된다고 약정하거나 B와 C가 동업관계 계산을 위한 정산을 할 때 이에 대해 별도로 약정을 했다면, 당사자 간의 별도 약정이 임의 규정인 조합 재산 귀속 관련 규정보다 우선하므로 사후 분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권단
·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법률고문변호사
· 한국MCN협회 법률자문위원
· 전화: 02-6952-2616
· 홈페이지: http://dkl.partners
· 이메일: dan.kwon@dkl.partners
아이러브캐릭터 / 권단 변호사 master@ilovecharacter.com
[저작권자ⓒ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