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과 트로트 흥얼거리는 동래야류 주인공들_이수원 작가의 대한민국 캐릭터 지도 ❾

/ 기사승인 : 2021-02-24 09: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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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동래구에는 곳곳에 명소가 즐비하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 뜨듯한 물에 몸을 담가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 업소가 밀집한 온천동, 금정산의 수려함이 금강산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이름이 붙은 금강공원과 금강식물원 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온천동에 전승돼 내려오는 동래야류를 아는가. 동래들놀음이라고도 하는데, 해마다 음력 정월보름을 전후로 장터 등 야외에서 벌어지는 탈춤놀이다. 한 해 동안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라고 보면 되겠다.


궁중 행사에서 광대들이 고관대작들 앞에서 공연하는 정도 였던 탈춤놀이는 조선 후기 들어 민중문화로 발전했다. 신분사회를 익살스럽게 풍자하거나 고달픈 삶을 해학적으로 그려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민중의 소리를 대변했다. 동래야류에서 쓰였던 탈에는 말뚝이, 제대각시, 사자 양반이 있다.


말뚝이는 동래야류에 나오는 탈 중 가장 거대하고 요란하다. 얼굴은 대추색, 눈은 은색, 입술은 붉은색, 여드름 딱지는 검은색인데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다. 부릅뜬 눈과 곤두 세운 귀는 호색가가 부녀자를 물색하려는 뜻이 담겨 있고 귀밑까지 찢어진 입술과 그 위에 남근을 상징하는 거대한 코, 사나운 이빨은 양반들의 강렬한 정사 행위를 의미한다.


또 38개의 여드름 딱지는 만년 호색가임을 비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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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각시는 둥근 형태에 연지곤지를 찍고 입술을 붉은색으로 칠한 가면을 쓴다. 남색이나 붉은색 치마를 입고 노란색 이나 녹색 저고리를 입는다. 영남 지역 민속가면극의 대표적 춤인 덧배기춤과는 대조적인 제대각시춤은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구성됐다. 옷고름을 입에 대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거나 치마를 잡고 앙탈 부리듯 몸을 돌리며 조강 지처와는 다르게 교태를 떤다.



담비(호랑이)가 싸우던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내용을 담은 사자춤은 수영구의 지세에서 비롯됐다. 수영구 동남쪽에 위치한 백산은 마치 사자가 마을을 등지고 달아나는 형세로 돼 있는데, 그 산신을 위로하기 위해 담비를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를 춤과 놀이로 표현한 것이다.



양반탈춤은 동래 지역 관속들이나 기방을 출입하는 한량들이 췄던 춤이다. 천박하지 않고 기품이 있으며 즉흥적이고 개인적인 춤사위의 짜임새를 갖고 있다. 기방이란 협소한 장소에서 자기 나름의 멋을 부리며 추는 춤이므로 창작력과 함께 동작이 섬세하고 한량기가 있다.



탈춤놀이가 해학과 풍자로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대표적인 대중문화의 하나인 점에 착안해 탈을 쓴 캐릭터가 래퍼이자 트로트 가수가 돼 무능한 정치를 풍자하고 부조리를 비판하며 지역을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그래서 그려본 것이 뚜기, 각시, 라이온, 한량 캐릭터다. 말뚝이, 제대각시, 사자, 양반 탈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다.



뚜기는 양반의 말을 관리하는 하인이다. 오랫동안 양반들을 보좌하며 얻은 내부 정보로 양반들의 실상을 폭로한다. 농구화, 야구모자를 착용하고 삐딱한 시선과 말투, 걸음걸이로 랩과 디제잉, 비보잉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아티스트다.



각시는 전통시장, 양로원, 행사장, 놀이터 등 시민이 모인 곳이면 가리지 않고 달려가 노래하는 트로트 가수다.



대걸레를 닮은 사자 라이온은 행사장 경호 담당자이자 반려동물 홍보대사이며, 국악을 사랑하는 한량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기록하는 소리꾼이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2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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